<공부 열등감, 그리고 사람이 무너지는 과정>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모든 가능성과 미래가 공부에 달려 있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한 번쯤 “공부가 대체 뭐길래?”라는 질문을 품게 된다.
나 역시 그 물음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내 학창 시절은 특별히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초라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럭저럭’ 중상위권을 유지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시절, 수학 과목에서는 전교 1등을 하기도 했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하버드도 갈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나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배정이 모의고사 성적으로 결정된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인문계 진학이 어렵다며, 선생님은 여상(여자상업고등학교)을 권했고, 그것도 경쟁이 치열한 곳은 아니었다.
결국 교육계에 있는 친척의 권유로, 내신을 유리하게 관리하기 위해 나는 상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면접에서 요구된 건 단순한 기초 회화 정도였고, 나는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과정이 공부로 인해 인격이 무너질 수 있는 출발점이었다.
물론 모든 것은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내 자녀라면, 나는 결코 같은 선택을 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직접 겪어봤기 때문이다. 상과에 들어간 후, 나는 아주 좁은 세계 안에서 1~2등을 차지했다. 그 작은 우물 안에서 성취감은 커졌고, 나도 모르게 자신감은 자만으로 바뀌었다.
노력에 비해 쉽게 얻은 결과는 나를 교만하게 만들었고, ‘공부는 땀 흘림이다’라는 기본조차 배우지 못한 채, 그대로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문제는, 그 대학이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곳이었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민낯을 마주했다. 쪽지시험에서 100점을 맞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공부가 싫어졌고, 완벽주의 성향 탓에 실패를 견디지 못했다. 거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 대학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고 있는 내가 점점 한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과거엔 조금만 노력해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기에, 작은 실패조차도 감당이 되지 않았다. 대학 수업은 정말 어려웠다. 필기를 놓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고등학문이라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줄 이제야 실감했다. 예전의 나는 내성적이었지만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학에서는 모든 게 달랐다. 친구 관계는 삭막했고, 경쟁은 냉혹했다. 나는 점점 ‘열등한 사람’, ‘공부 못하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인생이었기에, 그 비참함은 뼛속 깊이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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